중국인, 성소수자는 우리의 적? 캠퍼스 내 '혐오 현상' 도를 넘었다

입력 2020-03-23 17:35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백지헌 대학생 기자]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혐오 글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학생들로부터 제기돼 왔던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불만이 중국인 혐오로 커진 것이다.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특정 상황에 대한 혐오 현상은 이번뿐이 아니다. 얼마 전 숙명여대의 경우 트렌스젠더 합격생이 나와 학내 큰 반발이 있었다. 결국, 해당 학생은 입학을 포기했다. 캠퍼스 곳곳에 퍼진 혐오 현상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K(한양대·24) 씨는 “중국인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잡담을 하는 등 수업 분위기를 저해한다”며, “이런 경험들이 중국인 학생들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고, 편견에 화가 더해져 혐오로 발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인 학생에 대한 혐오 표현을 목격한 사례가 있냐는 질문에 K씨는 “과거 선배 중 한 명이 중국인 학생과 함께 과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학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도 전에 중국인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식의 발언을 들은 적 있다”라고 답했다.

중국인 유학생 중 약 36% "무례한 취급 당해"


실제 대학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인 유학생을 향한 무분별한 혐오 발언이 담긴 익명의 게시물에 공감 숫자가 많다. 중국인 유학생들 역시 이런 혐오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해 동국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중 약 36%는 ‘한국인에게 무례한 취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하면서, 캠퍼스 내 중국인을 향하는 혐오적인 시선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유학생 J(충북대·23) 씨는 “중국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인 거부 표현이나 혐오 표현은 곧 일종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두가 주의해야 할 때, 중국인을 향한 편견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숙명여대 성전환자 학생 반대로 입학 포기

혐오의 대상은 중국인 유학생뿐이 아니다. 올해 초 숙명여대에서는 성전환자가 입학을 하게 되자 재학생들의 반발로 입학을 포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입학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성전환자가 여대에 입학하는 것은 여성 교육에 대한 모욕’이라고 대학 측에 항의했다. 결국, 해당 학생은 거센 반발에 등록을 포기했다.

이를 지켜본 Y(서울 소재 여대·22) 씨는 “여성들이 과거 사회적 약자로서 교육에 소외되었던 배경으로 설립된 여대에서 또 다른 약자를 소외시키고 혐오의 표적으로 삼는 모습은 모순적이며 집단 이기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혐오는 숙명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광운대 성소수자 모임 소속 H(광운대·24) 씨는 “성적 지향을 밝히고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모임 소속의 G(광운대·23) 씨는 “과 특성상 남학생이 많아 성소수자를 희화화하는 농담이 자주 나오지만, 그냥 참고 넘기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성소수자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Y씨는 “2003년 대만 교육부는 ‘성별평등교육법’을 제정하고, 각급 학교에서의 성 정체성 및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학 교육은 아직도 성별을 남녀로 단정하는 이분법적 틀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타인 헐뜯음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

특정 상황을 혐오하는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무엇일까. K씨는 이러한 혐오 현상에 대해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일부 학생들이 타인을 헐뜯음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J씨는 “지나친 일반화와 상호 국민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중국인 혐오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J씨는 중국인 유학생 혐오를 없애기 위해 “상호 교류를 확대하여 양국 학생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편견이나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성소수자 학생모임 회원 H씨는 “최근의 논란을 계기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성전환자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대학은 혐오 현상 같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하는 장소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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